처음 입사했거나 새 부서로 발령 나면 겪는 증상과 팩트를 정리해둔다.
가. 증상
1. 조급해진다. 빨리 일 익혀서 적어도 1인분의 몫은 한다고 인정받고 싶다. 그래야 눈치 덜 보고 회사 생활할 수 있으니까. 일 잘해서 만만하게 보이기 싫다. 업무를 많이 알수록 지적에 대한 방어도 쉬워진다. 팀원들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둘러 친밀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굳이 친밀까진 아니더라도 불편하지 않고 덜 어색해졌으면 좋겠다. 2. 뇌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하루종일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급 피곤해진다. 처음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업무든 팀 분위기든 팀원들 성격이든 제대로 파악된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실수할까 봐 긴장한다. 배웠던 거나 들었던 걸 까먹을까 봐 걱정된다. 직장생활에선 아무리 처음이라도 실수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안 된다. 일단 일머리 없는 사람으로 각인되면 바꾸기 어렵다. 다들 안보는 척하면서도 다 본다. 그리곤 뒤에서 새로 온 친구 이렇다 저렇다 그들끼리 얘기한다.
3.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도 생긴다. 내가 이런 기본적인 거 까지 실수하거나 모르나.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는 내 모습.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이 낯설다보니 자신감이 평소보다 떨어진다.
4. 옆 선배들이 대단해보인다. 어쩜 저렇게 말도 잘하시고 업무 지식도 해박한지. 부럽다. (물론 편차는 있다)

나. 팩트
1. 기존 맴버들끼리 친해 보여도 사실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고 호불호가 있다. 다만 대놓고 티를 안 내거나 아직 당신에게 털어놓지 않았을 뿐이다.
2. 새 직원에 대한 관심은 하루 이틀정도다. 이후엔 다들 각자 자기 일 하느라 바쁘다. 타인에 대해 관심을 쏟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결국 시간이 좀 지나면 어느 정도 무관심해진다.
3. 무엇이든 처음 겪는 환경. 처음 배우는 내용은 뇌를 힘들게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쉽지 않고 오히려 부담스럽다. 옆에 먼저 발령 오신 분들도 다 알고 있다. 비슷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배움과 적응 초반은 원래 어렵다. 그게 정상이다.
4. 업무 습득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 옆 사람이 10년, 20년 동안 쌓은 수준을 당신이 몇 개월 빠짝 해서 따라잡을 수 없다. 조급해서 될 게 아니다. 무엇이든 시간 축적이 필요하다. 짬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일을 잘하네 못하네 해도 거의 다 비슷하다. 이미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센스는 좀 차이날 수 있지만 지적 능력에서 큰 차이는 없다. 어차피 대게의 직장은 지적으로 엄청나게 좋은 머리를 요구하진 않는다. 직장일이란 어느정도 반복성이 있고 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5. 부장이나 사원이나 다 비슷한 처지다. 다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월급쟁이다. 생계 걱정하고 인간관계나 업무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중이다. 다들 입사하기 위해 학창 시절 열심히 살았다. 설령 나이 많은 분들이 1980년대 90년대 취업이 쉬웠더라도 그 세대는 또 그 세대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 나이까지 직장 생활하고 있다는 거 자체도 힘든 시간들을 견뎌왔단 증거이다. 그냥 티를 잘 안 낼 뿐이지 모두가 다 힘든 시간 겪어냈고 겪는 중이다. 당신만 그런 거 아니다.
6. 옆 선배가 존경스럽고 대단한 건 맞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 그들의 주니어 시절 회사 생활을 보면 어떨까. 아마 지금의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실수도 하고 지적받는 경험들을 쌓았을 것이다. 그래서 요점은 이렇다. 지나치게 주눅 들 필요 없다. 사람은 다 비슷한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7. 요약. 이거저거 필요 없고 90%이상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얼굴 철판 딱 깔고, 내 수준에서 할 일 하면서. 시간 가기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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