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간단 서평
제목이 신선해서 잡은 책인데 생각보다 건진 문장이 많았다. 제목의 4000주는 평균적인 인간의 수명을 주(week)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4000주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게 느껴졌다.
읽다 보면 흡사 시간에 대한 철학책처럼 느껴진다. 스토아학파 철학, 불교, 미니멀 라이프, 다운사이징과도 맥이 통하는 것 같다. 저자 메세지는 뚜렷하다. 시간 관리하는 척하지 말고 진짜 제대로 시간을 쓰라. 스마트워크, 효율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빼곡히 적힌 스케줄러, 시간관리법 책과 강좌에 현혹되지 말라. 어차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한계를 인정하고 정말 내게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쓰라. 사람들은 삶을 컨트롤하는 듯한 느낌을 갖기 위해 시간 관리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 관리를 잘해도 삶은 컨트롤 할 순 없다. 삶은 변수 투성이에 미래는 알 수 없고 우리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니까. 결국 순응하고. 한계는 인정하고. 일상과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알고. 사회가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내게 중요한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선행되어야 진정 효율적인 삶이 완성된다. 단순히 시간을 잘 관리해봤자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공허해질 뿐이다. 방향부터 다시 잡아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나. 문장 수집
▶ '생산성'은 우리 인생의 덫이다. 업무를 빨리 처리할수록 그 자리엔 더 많은 업무가 쌓이게 될 것이다. (...)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있다고 분명하게 믿을수록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희생해야 한다.
▶ 우리의 일상은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일을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삶에서 진정 의미 있는 것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러는 한편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만한 원동력이 나에겐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14pg)
▶ 나는 브루클린에 있던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압박감으로 평소보다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내가 세운 목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효율성, 철저한 자기관리, 내가 모든 것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노력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평화를 얻게해준다는 방법들이 전부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세웠던 목표들이 도달할 수 없는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책을 하기 힘들게 된다.)
▶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결국 우리는 힘든 선택들을 피할 수 없고, 한때 꿈꾸어왔던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던 시간은 절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잘 수행할 체력, 재능 또는 다른 자원이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전략(생산성을 높이려는 여러 시도들)을 통해서 무한함을 느끼려 한다. (...) 인간의 한계성을 마주하고 그 한계성을 받아들이면 삶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고 즐거워진다.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시간 관리법도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계를 부정하기보단 포용하라)
▶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며, 우리의 선택에는 무수한 희생이 뒤따르고, 시간은 오늘, 내일 그리고 다음 달이 지나가면서 계속 닳아서 없어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상투적인 표현처럼 하루하루를 마치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정말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문명한 미래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69pg,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 中)
▶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기꺼이 견뎌내기만 한다면, 해결책은 스스로 나온다. (보는 것과 기다리는 것 中)
▶ "아내가 공장에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 있는데,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공공 찻집으로 가는 것 말고는 뭘 할 수 있나요? 모든 근로자가 교대로 근무하면서 함께 쉬지 못한다면 그것을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혼자서 기념해야 한다면 그것은 휴일이 아닙니다." (...) 시간의 가치는 자신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나 삶의 리듬을 맞출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212pg)
▶ 우주적 관점에서 하찮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깨닫는다는 건 우주와 자신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진실을 직시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다. 할 수 있는 한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천 주라는 놀라운 선물을 온전히 즐기겠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하겠다"라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정반대다.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소모적이며 비범한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부적절한 것들에 반대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 우주적 의미의 신과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유한한 삶의 경험으로 차분히 돌아가는 것이다. (231pg, 우주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中)
▶ 우리는 교통체증이나 어린 아이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데 대해 분노하면서 우리의 삶을 낭비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우리가 자신의 일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안전하게 상황을 통제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고통에 면역이 되거나 앞으로 닥칠 일에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234pg)
▶ 우리의 유한한 삶은 고통스러운 문제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직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는 더 높은 차원의 것이다. 그것은 유한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데에 달려있다. 인간의 질병은 종종 고통스럽다. 그러나 명상 스승인 샬롯 조코 벡이 이야기하듯이 치료법이 있다는 생각에서 얽매여 있는 한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질병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자유를 얻고 마침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237pg)
▶ 과거 그토록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완전한 안정감이 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해방이다. 세상이 불확실성과 비극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는 사실을 더이상 자신에게 납득시킬 필요가 없다면, 자신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벗어버린다면, 자유롭게 중요한 몇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 안 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최적화된 인간, 감정적으로 상처받지 않으며 무한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 완벽히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는 열망을 과감히 버리자. 대신 자랑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소소하든, 거창하든)을 시작해보자.
▶ 직업이 있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 우리의 삶은 어느 정도 일상적인 일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고 이국적인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일 것이다. 신젠 영은 아무리 재미없고 평범한 일이라도 모든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누리고 있는 삶으로 더 깊이 빠져들어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다. (261pg, 일상속에서 새로움 찾아내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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